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님,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이 무려 33년이나 된 것 같습니다
수년전만 해도 건강하게 농사일 하시며, 이웃의 궂은일 마다않고 돌보시던 아버님께서 파키슨병이 점점 심하여져서 이젠 일어서는 것도,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걸으시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모습, 식탁을 대할 때도 우린 자유스럽게 밥을 먹지만 아버님은 간신히 한 숟갈, 한 숟갈 힘들게 드시는 것 보면서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쏟으신 아버님을 옆에서 잘 모시지 못하고 효도하지 못하는 불충하고, 무기력한 자신을 보며 늘 송구한 마음뿐입니다
그러나 아버님께서 자녀들 걱정하시며, 몸을 잘 가눌 수가 없어 누워서도 수시로 30분이든 1시간이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나님께 기도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을 위하여 더 기도하지 못하고 공경하지 못한 아들로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.
저도 이젠 쉰일곱이 되어 서른이 넘은 아들과 그리고 딸들을 둔 아버지의 위치가 되어 아버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만, 여전히 불충한 자식의 자리에 있습니다
아버님, 가끔씩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보며 자식들을 위하여 모든 것 쏟으신 아버님과 어머님께 그저 감사를 드립니다. 언젠가 어린시절 소먹이려 흰들로 나가서 사라호 태풍으로 고구마밭 이랑사이로 불거져 나온 고구마 몇 개 친구들과 먹고는 남의 고구 마 케먹었다고 왁세기 할매가 동네 엠프방송을 하는 바람에 아버님에게 매타작을 당하 던 때, 어머님은 고구마 때문에 아들 잡겠다고 매를 가로막으시던 때를 가끔 추억해 보곤 합니다. 그때는 다소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저를 바른 길로 가도록 한 아버님의 사랑과, 아들을 향한 어머님의 한없는 사랑이었다고 봅니다.
아버님 무었보다 주님을 믿는 자녀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하게 된 것과 교회 목회자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항상 목회자의 입장에서 있었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신앙생활하게 된 것 참 감사합니다. 그리고 저의 결혼을 위하여 신목사님에게 맡긴다고 중매 부탁하여 민숙과 결혼하게 된 것, 세상에 이런 며느리 없을 것이라고 늘 대견해 하시며 사랑해 주신 것 참 감사합니다
아버님 저를 위하여 하시던 기도 중에 주의 일에 물 불가리지 않는 1등 장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며 기대하시는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죄송합니다. 그런 사람되기 위하여 더 노력하겠습니다.
아버님 시골 가끔 갈때면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위로해드리고 와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여 송구합니다. 앞으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
아버님, 다리의 심한 경련으로 밤에 잠을 잘 주무시지도 못하고, 앞도 잘 보이지도 않고, 일어서는 것 조차 힘든 고통이 있지만, 지난날 외삼촌 대출보증을 해준 것 때문에 집안이 풍지박산날 처지에 죽을려고 하시기를 몇 번이나 하였지만 신앙의 힘으로 극복 해 내신 것 기억하시고 주님을 붙드시길 바랍니다
아버님, 오랜만에 방문하며 아들보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히시던 아버지 저는 아직도 아이에 불과합니다.
2007년 10월 27일 보은교회 아버지학교에서 드림
<이 편지를 끝내 아버님 귀에 들려 드리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2008년 8월 10일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는데 그사이 시골을 수차례 방문하였으나 직접 편지를 올리지 못하고 말았다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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